우리는 평생 양치질을 하고, 평생 숨을 쉬지만 양치질의 전문가도, 숨쉬기의 전문가도 되지는 못한다.
이렇게 평생 어떤 것을 하지만, 그것에 대한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일을 하는 동기와 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전문가가 되려면 전문가가 되려는 부분에서 실력을 개선하려는 동기
가 있어야 하고, 실력 개선 활동에 대한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인 피드백
을 받으며 이를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
의도적 수련은 이러한 동기와 피드백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타당성과 피드백
전문성이 형성되려면 동기와 피드백이외에도 타당성
이 필요하다. 타당성은 어떤 작업에 인과 관계와 규칙성이 존재하고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타당성이 높은 영역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이는 곧 작업에 대한 피드백이 된다.
타당성과 피드백이 있는 환경에서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습할 기회가 주어진다.
공항의 보안 검사대 조사원들은 자신이 오늘 얼마나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방에서 칼이나 액체 물질을 얼마나 찾았는지는 알아도 얼마나 놓쳤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항 보안 검사대의 조사원들은 타당성과 피드백이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 이처럼 피드백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어떤 직업에서는 전문성이 형성되는 작업과 전문성을 형성하기 어려운 작업 모두가 존재하기도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잘못 진단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는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수술을 할 때는 수술 후 환자의 상태를 보고 수술이 잘 됐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내가 속한 업계가 타당성과 피드백이 부족한 업계이므로 전문성 향상을 할 수 없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현재 일하는 방식을 바꿔 타당성과 피드백을 높이면 충분히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에서 변수를 설정하고, 해당 변수를 수정하는 실험을 하면서 규칙성과 인과 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피드백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료나 상사, 고객에게서 혹은 내가 하는 업무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나처럼 개발자인 경우는 동료나 상사로부터 코드 리뷰를 받거나 정적 분석 도구 또는 테스트 코드를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난이도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도적 수련
이 중요하다.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수련의 양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는 많지만, 질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는 적다.
의도적 수련의 필수 조건중 하나는 적절한 난이도
이다. 의도적 수련이 되려면 나의 실력과 작업의 난이도가 비슷해야 한다. 이것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 이론과도 일치한다.
가로축은 해당 작업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자기 실력을 말하며, 세로축은 해당 작업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난이도이다.
Boredom 영역
의 일은 실력이 작업 난이도보다 높은 영역이다. 이 일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편한 일을 담당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지나면 일에 대해 지루함
을 느끼게 된다.
Anxiety 영역
은 실력보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의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해당 작업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고 자신의 실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함
이나 두려움
을 느끼게 된다.
Apathy-Flow 영역
은 난이도와 실력이 엇비슷한 영역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 부분에서 인간이 몰입
을 경험한다고 한다. 인간이 몰입 상태가 되면 최고 수준의 집중력을 보이고, 퍼포먼스나 학습 능력이 최대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최고 수준의 행복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언어학자인 크래센(Stephen Krashen)의 입력 가설(i+1 이론)에서는 학습자의 언어 수준을 i라고 할 때, 딱 한 단계 높은 i+1 수준의 입력이 주어질 때에만 언어 능력이 유의미하게 발전한다고 한다.
교육학에는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학습시 불필요하게 인지적인 부담을 주면 어떤 것도 제대로 학습하기 어렵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미적분같이 어려운 개념을 자신이 잘 모르는 언어인 독일어로 배우면, 미적분 자체보다는 다른 것들에 에너지를 빼앗겨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반대로 영어 단어를 외울때는 모음을 가리고 외우면 더 어려워서
오히려 기억이 기억이 오래 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난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업무 시간중에 불안함이나 지루함을 느낀다면, 이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고 행동이 습관화되면 이런 인식 자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An examination of the practice environments in figure skating and volleyball: A search for deliberate practice 연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대회 수준의 선수와 세계 대회 수준의 선수 두 그룹을 서로 비교해 봤습니다. 우선 하루 연습을 끝낸 후 간단한 설문을 통해 여러 가지를 묻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늘 연습 중 트리플 악셀을 몇번 정도 했다고 기억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두 그룹의 응답에는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그룹의 실제 연습 장면을 녹화해서 분석한 결과, 세계 대회 수준의 선수는 지역 대회 수준의 선수에 비해 몇 배 더 많은 트리플 악셀을 연습했습니다. 지역 대회 수준의 선수는 자신들이 이미 익숙하고 자신있는 ‘예술적 표현’ 등과 같은 연습에 시간을 더 썼습니다. 그러고는 트리플 악셀을 많이 연습했다고 착각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서처럼 인간은 자신의 처한 환경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환경에서는 자기 인식을 잘 못하게 된다.
의도적 수련
우리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을 바탕으로 의도적 수련을 할 수 있다.
그림과 같이 우리는 총 네가지 의도적 수련을 할 수 있다.
A1
: 실력 낮추기A2
: 난이도 높이기B1
: 난이도 낮추기B2
: 실력 높이기
이 의도적 수련은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실력은 향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의 연구 결과 처럼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A1: 실력 낮추기
작업의 난이도는 그대로 두고, 자기의 실력을 낮추는 의도적 수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체력 훈련을 할 때, 팔과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달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나와 같이 개발자라면 자신의 개발을 효율적으로 하거나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한 툴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의도적 수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SLint나 Prettier와 같은 정적 코드 분석기를 실시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코딩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IDE 또는 텍스트 에디터가 아닌 툴을 사용하거나, 마우스를 자주 사용한다면 키보드만으로 개발을 하거나, 디버거를 쓰지 않고 개발하는 등 개발의 편리함이나 효율성을 위한 툴을 사용하지 않으므로써 자신의 실력을 낮춰 의도적 수련을 하는 것이다. 툴들이 늘 해주던 것을 자신의 힘으로만 해결해야함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되어 집중도가 올라가게 된다.
A2: 난이도 높이기
실력은 그대로 두고 작업의 난이도를 높이는 의도적 수련 방법이다.
1965년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결투가 이소룡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박차를 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이소룡은 사람들에게 쿵푸를 막 가르치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전통 무술을 하던 사람 중 하나가 이소룡이 서양인을 가르친다는 걸 듣고 도전을 하러 찾아왔고, 이소룡의 아내 린다 리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 “약 3분 정도 진행되었죠. 브루스가 그분을 땅에 쓰러뜨리고는 말했어요. ‘이제 포기하시겠어요?’ 그러자 그 남자가 ‘포기합니다’라고 했죠. 그러고 그들 일행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브로스는 무진장 화가 났어요. 3분이 되기 전에 그 사람을 쓰러뜨리지 못했다고요. 그때부터였죠. 브루스가 자신의 육체적 건강 수준과 무술 방식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한게” - How Bruce Lee Changed the World, 디스커버리 채널, 2009.
이소룡의 예처럼 무술을 너무 잘하면 상대방과의 싸움이 쉬워질 수 있다. 이때, ‘3분이내에 이기기’ 등과 같이 자신만의 제약을 추가하여 작업의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은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루만에 개발하라고 주어진 업무를 한 시간만에 완료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라던지 UI의 느린 반응 속도를 빠르게 만들도록 프로그램을 리팩토링한다던지, 매일 버그나 문제점을 하나씩만 찾았다면 오늘은 두개를 찾도록 노력한다던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로 코딩을 하는 등을 통해 이 의도적 수련을 수행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식적으로 안해도 되는 업무를 자신의 의지로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업무를 개선하는 작업으로 리팩토링을 하거나 자동화 테스트를 추가하거나 자신만의 도구(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A2 방법에서는 특히 자신만의 도구와 방법을 만드는게 매우 중요하다. 인지심리학에서 상대의 전문성을 빠르게 파악하는 기법중 하나로, ‘남들보다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하기위해 내가 직접 만들어 쓰는 나만의 도구나 방법’이 있는지 묻는 방법이 있다. 자주 일어나는 반복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부족한 시간에도 짬을 내어 도구를 고안하고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도구를 만들면 기존의 난이도 보다 높아지게 되고, 이를 통해 실력이 향상된다. 뿐만아니라 이렇게 만든 도구가 나의 업무를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므로 나의 전문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B1: 난이도 낮추기
난이도가 실력보다 높은 경우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의도적 수련을 하는 방법이다. 높은 난이도의 과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대체 기능으로 개발해 보거나 좀 더 쉬운 작은 과제로 나누어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실력과 난이도는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어제까지 잘 안되서 고민하던 문제가 오늘 갑자기 잘 풀린다던지, 쉬운 과제로 생각했지만 버그가 발생하여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시도한 방법이 잘못되어 난이도를 너무 많이 높이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유동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작업 난이도가 높아 낮은 난이도로 나눴더니 각각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 지루함을 느낀다면 다시 난이도를 높이거나 실력을 낮춰야 한다. 작업을 하는 동안 실력이 올라가 난이도가 쉬워졌다면 이에 맞게 다시 조정해야 한다.
B2: 실력 높이기
실력보다 난이도가 높은 경우 실력을 높이는 의도적 수련 방법이다.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 책
- 스터디 그룹
- 교육
하지만 이 방법은 장기적으로 실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난이도가 자신의 실력보다 높아, 실력을 높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럼 단기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단기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접근, 도구적 접근, 내관적 접근을 사용할 수 있다.
사회적 접근은 나보다 뛰어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잘하는 멤버에게 짝 프로그래밍을 제안하거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거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공식 문서를 참고하는 방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구적 접근은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더 나은 디버거, 자동 통합 도구, 코드 분석 툴, 오픈소스 사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내관적 접근은 비슷한 일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서 비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리더가 할 수 있는 일
리더로서는 팀원들에게 실력에 맞는 적절한 업무를 주고, 팀원들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앞서 소개한 의도적 수련 방법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상태이며 이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리더는 개개인 각자가 이런 의도적 훈련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의도적 수련
의도적 수련은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한가지 영역에서의 교훈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학습 전이라고 한다.
여러분도 이런 의도적 수련을 업무와 일상 생활에 적용하여 업무에서의 전문가, 삶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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