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과 전문가

2025-01-23 hit count image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론을 사용해봐야 한다. 하지만 내가 제안한 새로운 기술은 제대로 도입되지 않는다. 내가 제안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새로운 기술을 쉽게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가지 기술과 방법론만으로 전문가가 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 등을 실천해 보고, 좋은 점과 나쁜점을 경험해가면서 성장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론을 배우고 발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에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을 현재 회사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회사에 적용하거나 팀원들과 함께 실천하는 것은 실패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이유는 내가 제안하는 새로운 기술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할 때, 우리는 기술적인 측면만 보고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 팀원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도 팀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제안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설령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론을 나 혼자 사용하려해도, 상사가 그걸보고 반대한다면 그를 설득해야 한다. 혼자 실천을 했다고 해도 모르는 것이 생기면 주변에 물어볼 수 있어야 하지만 다른 팀원들이 실천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물어볼 수도 없다. 그래서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 습득으로는 실력이 늘릴 수 없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그 기술에 장단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는 자원으로써 신뢰, 사회 연결망, 상호 작용, 사회적 기술 등이 있다. 사회적 자본이 높으면 사회적 관계를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즉, 사회적 자본이 높으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도 새로운 기술 습득도 쉬워진다.

사회적 기술은 사회적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적 기술은 인사하기, 물어보기와 같은 마이크로 인터랙션부터 도움 받기, 피드백 주고 받기, 영향력 미치기, 가르치고 배우기, 위임하기 등이 있다.

사회적 기술과 사회적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기술 도입을 시도해야, 내가 제안하는 새로운 기술이 받아들여지기 쉬워진다. 이렇게 내가 제안한 기술이 받아들여진다면, 물어볼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나의 기술 실력도 늘게 된다.

응용통계학자 출신인 존 가트맨이 쓴 신뢰의 과학 (The Science of Trust (John Mordecai Gottman. 2011. The Science of Trust: Emotional Attunement for Couples. W. W. Norton & Company.))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온다.

신뢰가 깨져 있는 맞벌이 부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일찍 퇴근했습니다.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 있는 걸 보고는 남편은 웬일인지 설거지를 합니다. 여기까지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해서 제삼자에게 보여주면 대부분 남편이 선의의 행동을 했다고 평가를 내립니다. 반전은 부인이 집에 돌아오면서부터 입니다. 부인은 남편에게 화를 냅니다. “집안일을 제대로 안 한다고 항의하려는거냐”, “나보고 좀 이렇게 하라는 뜻이냐” 등등.

존 가트맨은 책에서 이 상황을 신뢰가 깨져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악의적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상황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팀장과 팀원이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팀장이 선의로 팀원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러면 팀원들은 팀장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느끼고, “내가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공부하라는 건가? 자기도 잘 모르면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뢰도 사회적 연결망도 사회적 자본의 일종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이 좋은 사람들이 통상 사회적 기술이 뛰어나다. 여기서 소개한 예처럼 사회적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는 선의의 제안(기술 제안)을 해도 악의적으로 받아들여지므로 선의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는 도메인 지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도 뛰어나다. 벨 연구소에서 ‘뛰어난 연구자’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실행했는데, 뛰어난 연구자는 같은 부탁을 해도 훨씬 더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즉, 전문가는 도메인 지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중 하나인 사회적 연결망 또한 뛰어나다라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이뤄진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일수록 타인과 인터랙션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며 초보 개발자들에게 기술적인 조언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이 포함된 조언을 하는 것으로 들어났다.

뛰어난 개발자들은 약 70%가 동료와의 협력을 언급하는 반면, 실력이 그저 그런 개발자들은 20%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동료와의 협력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럼 왜 우리는 전문가를 이야기할 때,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전문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기존 전문성 연구들은 통상 연구비를 낮추고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개인을 골방에 넣고 그의 독자적 행동과 선택을 연구했습니다. 이런 연구에서 나온 전문가, 비전문가의 차이로 전문가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교육 과정도 거기에 기반해 짜여진 것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전문가의 사회적 자본과 기술은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 한 사람만 집중하였으며, 그 사람이 가진 기술과 지식만을 고려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전문가에게 있어 사회적 자본과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성과 사회성은 별개로 치부되어 “프로그래밍 실력은 좋은데 의사소통 능력은 부족하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 정의 안에 의사소통 능력을 그 일부로 보게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연구를 기반으로하는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지 못했다. 현재 교육 시스템도 최근 연구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기존 인식을 바꾸지 못한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사회적 자본과 사회적 기술없이 해당 도메인 지식만을 배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자본과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도메인 지식만 높으면 해당 지식의 확산과 성공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

다행히도 사회적 기술도 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변 사람들과 매일 주고 받는 인사, 대화, 물어보기 등 일상에서 소소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신경쓰는 것이다.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기록하고 복기하며 다른 인터랙션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본다.

이런 마이크로 인터렉션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훈련했다면, 그 다음으로 도움 받기, 피드백 주고 받기, 영향력 미치기, 가르치고 배우기, 위임하기 등 한 단계 높은 사회적 기술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쌓아 나가면 된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이 질문을 해보자. “내 팀원들이 나를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No”라고 대답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Yes”라고 대답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쉬울 것이다. 사회적 기술을 통해 팀원들과 신뢰를 쌓아나가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에만 집중하지 말고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에도 집중하자. 그러면 전문가가 되는 길이 더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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